[신간에세이] 그런 엄마가 있었다 by 조유리

2023. 6. 16. 10:04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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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에세이] 그런 엄마가 있었다 by 조유리

 

 

요즘 모성, 엄마, 모녀지간에 대한 책이 많이 출간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살아냄 속에

부모님이 항상 있을 것이다

<그런 엄마가 있었다>

* 아무도 가족을 선택할 수 없다.

특히 자식은 부모를 선택할 수 없으며 태어나 보니 이미 부모가 존재해 있고 자식은 의지와 상관없이 부모의 자식이 되죠. 이 책은 그렇게 만난 그런 엄마에 대해 딸이 쓴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많은 다른 딸들처럼 " 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을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고 해요. <엄마는 생각쟁이>라는 교육 잡지의 편집장 일을 약 6년 동안 했던 저자는 친정엄마의 병환을 돌보게 되면서 질병과 나이 듦, 그리고 복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다고 해요.

많은 딸들에게 산후조리나 육아에 친정엄마의 도움을 절대적으로 많이 받는 반면, 저자는 첫째 출산 직후 친정에서 잠시 삼시 세끼를 먹은 것 이외에 엄마의 도움은 없었다고 해요. 도리어 새벽에 아이 기저귀와 우유를 챙겨주신 것은 친정아버지였답니다.

저자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전해주고 있어요. 둘째 아이 출산 후, 산후조리 중에 친정엄마가 해오신 간장게장에 산후 도우미가 화들짝 놀랐던 일입니다.

출산으로 몸의 컨디션이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치아에 큰 무리가 가는 간장게장을 해오신 친정엄마의 무심함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썼습니다.

"그래, 맞다. 이러니까 우리 엄마지"

보따리 옷 장사로 시작해 옷 도매시장에서 장사를 하신 저자의 부모님은 당연히 자녀를 돌볼 시간적, 정서적 여유가 없었을 것이고, 저자는 그런 환경에서 눈물과 허전함으로 성장하지만, 엄마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딸이었을 것입니다.

* 저자는 강남에 살았지만 강남 출신으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친정엄마의 부모님 역시 남존여비 사상이 강했던 터라, 공부는 아들의 몫이 되었고, 공부에 열등감을 느끼던 친정엄마는 옷 장사로 돈을 벌자 대치동으로 이사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조유리 작가의 표현대로 오빠와 작가를 "대치동에 툭, 떨어뜨려 놓았을 뿐" 강남권 생활에 맞추어 산다는 것은 무리가 되었답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으로 강남 이사를 택한 친정 엄마의 선택에 누구도 비난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검정고시로 고졸이 되신 친정엄마는 대물림처럼 딸의 교육에는 무관심했지만, 유학을 다녀오기도 하였고 나름의 교육 혜택을 누리며 살았다고 고백하고 있는 저자는 엄마를 이렇게 이해한다고 책에 썼습니다.

왜 부모님이 떨어지는 오빠 성적에는 그렇게도 안달하다가 내가 성적표를 집에 들고 오면 그리도 무신경했었는지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형제들에게 밀려 공부를 못한 엄마. 결혼하고도 아버지 대신 생활전선에 나갔던 엄마조차 이런 생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만든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어린 시절 받은 차별에 대한 억울함보다 인생을 살며 직접 체험한 세상의 현실이 엄마의 식견에 더 큰 벽을 쌓았던 걸까? (본문 P23,24)

* 밸런스 게임에서 어떤 엄마를 골랐을까요?

1. 건강하지만 만나면 피곤할 정도로 잔소리가 많은 엄마

VS

2. 제대로 말 한마디 못하지만 이상한 사고를 치고 다니는 치매 엄마

저자의 아이들에 대한 돌봄으로도 버거운 시기에 친정엄마는 2번의 뇌경색을 맞이하고, 그 후 뇌출혈과 치매를 앓게 된 친정엄마를 둔 저자의 선택은 당연히 "1번"

환갑의 나이에 2번의 뇌경색을 맞이하며 병환을 겪으신 엄마의 잔소리를 그리워하며 단단한 엄마를 간절히 바라는 자식의 당연한 선택이겠죠.

치매를 앓으시던 친정엄마는 휴지를 모아 주머니에 넣으셨고, 치매 엄마의 말은 어디까지가 진심인지 모를 지경이었지만, 저자는 엄마의 치매를, 엄마가 살아오신 날들 속에 숨겨져 있던 모든 날것의 감정들이었다고 썼습니다.

그리고 그런 엄마의 모습에서 진짜 엄마를 느꼈다고도 했습니다.

* 효도 교과서같은 것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친정엄마가 아프시면서 효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듣게 되고, 저자는 효도에 대한 막막한 감정으로 머릿속이 짓눌리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공교육 측면에서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한 공교육 교과과정의 교과서처럼 효도 교과서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할 정도로 답답하고 막연함을 책에서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정답도 오답도 없는 효도라는 것의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 누구나가 다 갈등하고 마음 아파하는 부분을 책에 솔직하게 적고 있습니다. 이상적인 보호자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아픈 부모의 고통과 공포를 함께 공감하고 집중하지 못했음을 엉엉엉 오열로 밖에 표시하지 못했다는 저자의 고백에, 많은 독자는 위로를 보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 요양원의 생활, 요양보호사와의 갈등, 적극적인 치료의 기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요양원에서 마지막을 보내는 노년들이 급격하게 많아지는 현실을 보며 크고 작은 우여곡절의 시간들이 많이 생기기도 합니다. 물론 의도적이지 않아서 누구의 탓을 한다는 것조차 안타까움의 크기를 더 크게 할 뿐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부인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저자 역시 비슷한 경험을 겪으며 많은 갈등을 겪은 이야기를 자세하게 책에 쓰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또한 더 이상의 적극적인 치료라는 것이 무의미할 때, 가족들이 어떤 결정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어려움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사회적인 기준과 제도에서 오는 불합리한 구조적인 문제들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자식의 시간

엄마가 떠난 지 거의 100여 일 만에

아버지마저 떠나시자,

저자는 죽을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고 적었습니다.

부모님을 모두 떠나보낸 뒤

자괴감에 시달릴 때,

꿈에 나타나

"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또렷이

말해준 아버지는 더 이상

꿈에 나타나지 않으셨답니다.

단 한 번도 엄마에게 살갑지

않았던 아버지는

사랑꾼이었음을

추억하기도 합니다.

두 분은 그렇게 서로를 미워하고

원망하듯 살다 가셨지만,

아버지와 엄마의 입장에서

두 분을 이해하려고도 썼습니다.

우리네 모습을 그대로 본 듯한

저자의 솔직한 이야기는

마치 책 속의 내 이야기인 양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제 부모님이 다 돌아가셨기

때문이 자신은 고아라고 말하는

저자의 글에 한 마디 한다면,

"나도 고아다"

저자는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했습니다.

후회하는가?

그리고 그 대답으로,

자격지심을 말하기도 했고,

후회하는 부분도 있고,

억울한 측면도 있고

반성하는 마음도

있다고 썼습니다.

부모님은 돌아가셨지만

자식의 시간은 멈출 수가 없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짙어진다는

부모님에 대한 기억들.

자신들만의 삶속에서

늘 치열할 수 밖에 없는

모습으로 살아냈고

나이들고 병드는 누구도

피해갈 수없는 인생의 순서를

우리 부모님들을 통해

고스란히 체험하며

너무 가슴아파 하기보다는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을

살아내야만 할

조유리 작가와 독자가

서로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책 속 한 줄 문장 (P79)
어느 누구에게 물어봐도 정답을 알 수 없는 자식 노릇의 길, 언젠가 엄마를 떠나보내기 전에 과연 그 길을 찾을 수나 있을지,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막막한 감정이 머릿속을 짓눌러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