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토피아소설

2023. 6. 7. 21:51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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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예브게니 이바노비치 자먀찐
석영중 옮김
열린 책들, 2017​


저자 : 예브게니 이바노비치 자먀찐
1884년 중앙아시아의 작은 마을 레베잔에서 정교회 성직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빼쩨르부르그 대학 재학 중 볼셰비키당에 입당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었다가 특사로 풀려났다.

지방의 가난한 삶을 풍자한 단편 <지방 생활>을 시작으로 주목받으며 데뷔했다.  1914년 발표한 <변경에서>은 동부 시베리아에 주둔하는 군대의 생활을 그린 작품인데 이 작품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지만 군대에 대한 중상모략이라 간주되어 재판에 회부되기도 한다. 1917년 혁명 이후 블로끄와 고리끼등 당대 쟁쟁한 문인들과 혁명 문학 활동을 펴기도 하였다. 새로운 소비에트 사회에 걸었던 기대와 열정이 작품 활동에 반영되어 비판의 날을 세웠다. 볼셰비키 혁명을 환영한 예브게니 이바노비치 자먀찐은 창작, 서평, 에세이 등에서 의욕적으로 글을 썼으며, 각종 강연과 연설을 주도하기도 했다.

[소설 첫 문장]

첫 번째 기록 :
나는 단지 오늘 [국립 신문]에 인쇄된 것을 단어 한 자 한 자 그대로 베껴 쓰고 있을 뿐이다.


[소설 마지막 문장]
마흔 번째 기록 :
아니, 그보다 나는 우리가 승리할 것을 확신한다. 이성은 반드시 승리하기 때문이다



[소설 한 줄 요약]
과학 문명이 정점에 달한 29세기. <2백 년 전쟁>에서 생존한 사람들이 만든  "단일 제국" 안에서 국민들은  이름 대신 번호가 매겨지고  통제와 감시를 받는 생활을 하며, 철학자이며 수학자인  주인공 나 (D-503)는 일기를 통해 그 실상을 기록한다.  번호들은 <은혜로운 분><시간 율법표><녹색의 벽>등에 의해 지배당하며 " 우리들 " 만이 사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하며 순응하지만, 차츰 그런 세상에 저항하는 번호들이 생기게 된다. 인간이 진정한 인간일 수 있다는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게 하는 러시아 SF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우리들> ~ 1920년에 완성되었지만, 소비에트의 권위적인 체제에 대한 노골적인 풍자를 그렸다는 이유로 국내에서 정식 출판되지  못하고 국외에서 러시아어로 출판되었으며 이후에도 여러 우여곡절을 겪는다. 러시아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공공연한 도전으로 간주되어 도서관에는 그의 책에 대한 유통 금지 명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우리들>은 <멋진 신세계> <1984>과 함께 세계 3대 디스토피아 소설로 불리며, 두 작품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도 알려져 있다.



[줄거리 + 감상]​
모든 국민을 통제하고 감시하는 것들,,

" 시간 율법표"   "보안 요원"   " 은혜로운 분"  " 개인 시간"  "모성 기준 " "녹색의 벽"​

그래서 ,,

" 나는 없다 "

"우리만이 존재한다 "

" 나이며 동시에 내가 아니다 "


예브게니 이바노비치 <우리들>의 주인공  D-503이 쓴 이 기록에 나오는 통제된 수백만 국민들은 [ 시간 율법표 ]에 의해 매일 아침 동일한 시간, 동일한 분에 마치 한 사람처럼 기상하고  취침을 알리는 종이 울리면 잠이 든다.

[ 은혜로운 분 ]은 [단일 제국] 안에서, 인류에 대한 사랑으로 마치 자신이 국민들의 무거운 짐을 다 짊어진 것처럼 묘사하여  국민들에게 이름이 아닌 번호를 부여하고 그 번호들을  착각하게 만들지만, 사실은 사랑을 가장한 통제다.

"모성의 기준"도 정해져 있고 성생활도 "섹스 일정표"에 의해 정해진 시간에 정해 준  커튼 안에서 이루어진다. 이성적인 감정이 배제된 법적 섹스이다.  심지어 한 입 먹을 때마다 씹는 동작의 횟수도 " 50번"으로 법으로 제정되어 있다.

그렇지만  번호들은 그렇게 그렇게 기계적으로 움직이고 순응하며 그것이 은혜로운 분의 사랑이라 복종하며 살아간다.​

아무리 디스토피아 소설이라지만, 어이없는 부분들이  난무하여  무서움을 넘어  이해하기 벅찰 지경이다. 하지만 성행위 등  제도적 제한은 타 디스토피아 소설에서 늘 나왔던 부분이긴 하다.​

어떤 두꺼운 유리를 통해 무엇인가가 보였다.

무한히 거대한, 그리고 동시에 무한히 미세한 전갈형의 어떤 것이었다.

보이지는 않지만 느낄 수 있는 마이너스 침을 가진 루트 마이너스 1.

어쩌면 그것은 다른 그 어떤 것도 아닌, 바로 내 <영혼>인지도 모른다. 그것도 고대인들이 말한 전설의 전갈처럼 자진해서 스스로를 찌른다  

P 132​
D-503은 그렇게 길들여진 체 살아가는 것 같지만, 잠재하고 있는 인간의 본능은 순간순간 꿈틀거리고 있음을 묘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단일 제국에 대하여 나는 한 가지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그것은 징벌을 받아들이는 권리다.
나는 권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P148
누구도 자신의 이 유일한, 따라서 더욱 값진 권리를 거부해서도 안 되며 거부할 수도 없다


P164
<우리>는 신에게서 온 것이고 <나>는 악마에게서 왔다는 것을



주인공 D-503은 인간이 가지는 본능과 영혼을 고통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것들이 없는 자신들의 내부를 매우 조용하다고 표현한다.

그런 감정이 방전된 것이야말로 고통스러운 영혼을 치료해 준다고 믿는다.

그러면서 마지막 순간에 심판을 받게 되더라도 자신은 감사한 마음으로 <은혜로운 분>의 손길에 입을 맞추겠다고 한다.

D-503은 복종은 선이며 오만은 악이라는 점을 이해했다고도  표현하고 있다.​


P221
혁명이란 무한한 거예요. 마지막 혁명이란 어린아이들을 위한 얘기죠. 아이들은 무한성에 겁을 집어먹죠. 따라서 그 애들이 밤에 편히 자도록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P222
아하! 균등하게, 도처에! 바로 그것이 엔트로피, 심리적 엔트로피에요. 당신은 철학자니까 분명히 아시겠죠. 다양성만이, 체온의 다양성, 열량의 대비만이 생명을 구성한다는 걸요. 만일 우주 도처에 동일하게 차갑거나 동일하게 뜨거운 것만이 있다면 그것은 없어져야만 해요. 불과 폭발과 지옥을 위해서죠.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제거할 거예요  

여자 I-330이 주인공 D-503과 나누던 대화중 나오는 이야기이다. 그녀는 수학자인 D-503에게 이 세상의 가장 마지막 숫자가 무엇인지를 물었지만, 그는  <은혜로운 분>에  의해  모두가 행복한 세상에서 무슨 의미 없는 숫자 이야기를 하냐고 되물었다. 그리고 I-330이 혁명과 심리적 엔트로피에 관하여 하는 말은 이 소설 <우리들>의 핵심문장이라는 생각이다

​​
P152
어제는 그녀가 오기로 되어 있는 날이었다. 그러나 또다시 오지 않았다. 그리고 또다시 전갈이 왔다.... (중략)... 커튼 덕분에 나는 치료에 효과 있는 모든 고약 같은 미소에서 단절되어 평화롭게 이 글을 쓸 수 있다. 그것이 첫째 이유이다.  둘째로, 나는 모든 미지수의 해결을 위한 유일한 열쇠를 그녀, 즉 I-330에게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의 폭로가 나의 의무처럼 느껴진다. 적어도 이 기록의 저자로서 말이다


P167
I-330. 사랑스러운, 기적 같은 U! 당신이 물론 옳아요. 나는 무분별하고 나는 환자고 내게는 영혼이 있고, 나는 세균이니까요.... (중략).... 나는 위로 올라갔다. 내 방으로. 넓게 벌어진 찻잔 같은 안락의자에  I가 앉아 있었다.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머리를 그녀의 무릎에 기대고 그녀의 다리를 감싸 안았다. 우리는 말이 없었다. 정적. 맥박이 뛰는 소리..... 나는 수정이다. 그리고 나는 그녀 I 안에서 용해되고 있다..... 나는 사라진다..... 나는 점점 작아지고 동시에 점점 넓어진다.  점점 커지고 점점 무한해진다.  왜냐하면 그녀는 우주이기 때문이다.

나 D-503은 I-330이라는 여자를 만나게 되면서부터, 그녀에게 빠져든다. 그리고 커튼 장막 안에서 단일 제국에서  금지된 본능을 느껴본다.

왜냐하면 정해진 섹스일에는 커튼이 가려지고 그 시간만이 유일하게 통제와 감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순간이었으므로.

I-330은 단일 제국에 대해 비판하고 번복하는 여자였고, D-330은 그녀 안에서 용해되고 있었다.

나중에 결국 I-330은 처형당하게 되지만, 주인공 D-503은 단일 제국에 의해 에로스를 제거당하게 되어 그녀의 죽음에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결국 그가 인식했던 사랑과 죽음의 함수 관계는 무너진다.





주인공의 I -330에 끌리는 행동을 보면 인간이 가진 본능은 누구에게나 잠재되어 있어서, 누군가 잠시 건드려 주면 그대로 터지는 당연한 감정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위에서 언급되었던 루트 마이너스 1 이 바로 그런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단일 제국>의 통제에 의해 에로스라는  감정도 제거되어  물리적인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게 되는 주인공 D !

에로스가 죽고, 그로 인해 그녀의 물리적인 죽음을 인지 못하게 되는 감정이 과연 진정한 인간의 본능은 아닐 것이다.









~~책을 읽고 나서

<우리들> 작품의 역자는,

이성과 본능의 갈등은

<우리들> 핵심적 모티프 중의

하나라고 해설 부분에서 적었다.

모든 문명 이력의 원동력인

에로스와 생존 본능이

D-503의 심리적 방황을 통해

점진적으로 구체성을 띠면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고 풀이했다.

원래 에로스는

생존 및 종족 보존의 본능과

일치하고 그것은 삶을 지향하는

요소가 된다고 한다.

이런 에로스가 <우리들>에서는

생존과 대립하고 충돌하는

요소로 변하였다고도 했다.

이런 점은

쾌락이 현실의 원칙에 지배를 받는

현대 산업 사회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설명해 주고 있다.

주인공 D-503이  I-330에 대해서

애착이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그는 일상적인 궤도에서 이탈하여

생명과 본능에 충만해지는

원시적인 모습들을 보인다.​

인간의 심층 심리와 이상 심리를

저자 예브게니 이바노비치 자먀찐이

묘사하는 과정에서의

그의 예리함에 머리가 아플 정도지만,

창작성에 존경을 표한다.​

이 작품이 완성되고 나서

저자의 모국인 러시아에서

바로 출간되지 못하고

국외에서 러시아어로 출간된 이유는

구 소련 정부가 이 작품을,

사회주의 자체와 그 미래를

비판했다고 단정했기 때문이었다.

<우리들> 작가

예브게니 이바노비치 자먀찐은 이렇게 단언했다.

< 마지막 숫자가 없듯이 마지막 혁명도 없다>

비로소,

자본주의를 옹호하고

사회주의 혁명을 반대했던

자먀찐의 작품은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를

맞으면서 빛을 보게 된다

perestroïka

페레스트로이카(옛날 소비에트 연방의 개혁 정책)

(참고 :프랑스어 사전 )





다른 디스토피아 소설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존엄성과 개인적인 다양성을

인정하고 인정받고 사는 세상이

진정으로 사람 사는 행복한

세상이라는 생각과 함께
<단일 제국>과 같은 통제 집단이 주었던

통제, 의무, 감시, 균등, 본능....

같은 것들이 현대 산업 사회의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까지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궁금함을

느끼게 되는 작품이었다.

인간의 존엄성과 다양성이

전제된다는 조건하에서,

통제된 것들 중

극히 일부는

선택적으로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조심스럽게 가져본다....


[관심가는 문구]
P 221
아이들은 유일하게 용감한 철학자들이에요. 그리고 용감한 철학자들은 반드시 어린이들이고요. 아이들이 그러는 것처럼 우리에게도 언제나
<그리고 어떻게 됐어?> 가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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